속리산에서 만난 점쟁이 할머니..... 작성자 : 이주강     작성일 : 2011-05-10

오래전이다. 국내로 돌아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니까. 속리산을 혼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 땐 월요일 아침 여행용 가방을 끌고 아파트 문을 나서면, 대전, 대구 찍고 전주, 광주 그리고 부산 찍고 토요일 아침에나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였다. 물론 세미나를 위한 여행이었다. 바쁜 일정이지만 한 구릅강의가 끝나면 며칠 동안 여유가 있어 속리산을 택한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마침 청주에서 강의 중이였기 때문이다.

 

항상 하는 대로, 난 간단히 반바지에 물통하나만 달랑 들고 민박 문을 나셨다. 생각보다는 매우 힘든 산행이었다. 정상을 눈앞에 둔 깔딱고개를 넘어갈 때는 정말 내 숨이 깔딱 넘어가는 듯했다.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몇 구릅의 산악인들이 이미 정상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다. 난 정상에있는 조그만 가계에서 맥주와 함께 주린 배를 채웠다. 맥주 맛이 정말 좋았다. 가계를 운영하고 있는 아저씨는 매일 그날 팔 마실 것들과 음식을 싸들고 이 산 정상을 올라 온 단다!!!!! 그 아저씨 앞에선 깔딱 고개에서 죽을 뻔 했다는 말을 못했다. 생각 없이 마신 맥주에 내 두 다리가 풀려 내려가는 길은 더욱 죽을 맛이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와서다. 산 모퉁이 길에 늙은 할머니가 앉아계신다. 지나가는 나를 보고 “ 총각 ! 점보고 가 ! ” 하신다. 젊어보였던 모양이다. 할머니, 점은 무슨 점이예요. 전, 점 안 봐요. 그랬더니 그 할머니 왈 “ 몇 일 지나면 속리산 왔다 간거 생각이나 나겠어, 근데 나한테 점 본건 생각날 걸 하신다. 할머니 말씀이 갑자기 그럴듯하게 들렸다. 할머니 점 값이 얼만데요? 응, 5천원만 줘. 할머니 앞에 쪼그려 앉았다. 내 얼굴을 가만히 보던 할머니는 갑자기 나에게 ” 물 건너왔군“ 하신다. 반바지 차림에 선글래스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날 보고 하시는 말씀이 " 의사군! 소아과를 하지 그랬어“ 하신다. 그러면서 잘 왔네, 물 건너 잘 왔어 !!! 당신은 늙어서도 발에 땀이 나도록 다니겠네.

 

지금도 그 할머니의 말씀이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난 지난 15년을 정말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새벽 6시 반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광양으로 가는 중이다. 역마살이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기분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먹은 후에도 강의를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다. 파릇파릇 봄날의 새싹처럼 성장하고 있는 KCI 학회 교육이사들이 곧 날 대신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 때부터 내 역마살의 삶을 살려고 한다. 그야말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다닐 계획이다.

 

어린나이에 읽었던 삼국지의 영웅들이 활동하던 곳들을 탐사하려 중국대륙을 걷고 싶다. 인도로 넘어가 종교의 의미와 함께 삶에 대한 생각도 되새겨 보고 싶다. 중동지방으로 넘어가 사막 가운데서 그들과 양고기 먹으면서 중동 하늘의 별도 보고싶다. 징기스칸이 말타고 종횡무진하게 달렸다는 몽고의 넓디넓은 초원도 걷고 싶다. 그리고 지중해 연안국에서 신들의 이야기들도 듣고싶다. 

 

오늘처럼 광양 가는 버스 안에서, 난 그 먼 길들을, 걸어서? 아니면 자전거타고? 방법 선택에 고민을 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맘으로 그 때가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난 언젠가 떠날 그 길을 가면서, 내 뒤를 이어갈 학회 회원들의 모습을 그려볼 것이다. 누가 그 때까지 나와 함께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이미 학회를 떠난 사람들은 내 기억 속에 없겠지만...........

이중현  2011-05-11
그 두근거림이 저에게도 전해져 오는거 같습니다...!
신현호  2011-05-11
교수님의 마지막글이 k.c.i 미래를 보는 보는듯 합니다 . 더욱 성장하는 학회가 되길바랍니다 ㅎㅎ
안성현  2011-05-11
사진은 서울이신가요?? 왠지 김천 느낌이 나는데요 ^^
김종건  2011-05-12
박사님 능력자 이셔서 가능한거라 봅니다.
유성용  2011-05-12
그 할머님께서 교수님 미래를 정확하게 짚으신것 같네요^^ 교수님 글에 담긴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네요.. 더욱 성장하는 KCI학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