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기적으로 치료받고 있는 분으로 부터 한 분의 환자를 소개받았다. 이 환자는 과거 정부에서 교통부 차관으로서 공직생활을 지내신 72세 되신 분이다. 처음 찾아왔을 때, 자신 병력에 대해 또박또박하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고 난 그 환자의 지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차관이라는 자리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장관은 정치적으로 누구에든 맞길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차관은 실력으로 그 곳까지 간 사람이다. 한 마디로 똘똘하고 유능한 사람이다.
진단은 협착증이다. 아니, 수술 후 흔히 나타나는 “ Failed back surgery syndrome” 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요추관 협착증 수술 후 처음엔 좀 나아진 듯 했지만 통증이 재발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통증뿐 아니라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이루고 계신다. 위장장애도 생겼다. 진단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신경성 위장장애라고 진단이 내려진 후 약을 복용하고 계신다. 현재 이 분은 보행 중 나타나는 허리와 다리통증, 수면장애 그리고 위장장애로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계신다. 근데, 처방전을 보니 Neurontin ( Gabapentin )이라는 약이 포함되어 있다. 조울증, 간질환자, 말초신경통증, 집중력장애, 다리떨림, 삼차신경통, 편두통, 알콜중독 등등의 문제로 처방되고 있는 약이다. 이 약은 임신부와 모유를 먹이고 있는 여자에겐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약물이다. 임신 중 복용한다면 태아의 골격계와 신장 발육장애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모유 속에서도 발견되어 모유를 먹은 어린애에게도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약이다. 이 약을 개발한 Pfizer 제약회사는 2004년 5월 13일, 약물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불법 광고와 조작된 약물효과 논문으로 ( 물론, 이 논문은 제약회사로부터 사주를 받은 유명 의료진에 의해 발표됨 ) 430 million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낸 약물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아침 그 분을 보면서 가졌던 참담한 느낌 때문이다. 허리가 아파 고생하고 있는 부인과 함께 왔다. 부인을 먼저 치료 테이블 위에 눕히고 치료하는 중, 난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는 그 분을 힐끔 쳐다보았다. Oh My God !!! 눈을 가만히 감고 있는 그 분이 떨고 있는 것이다. 얼굴은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표정이 없다. 어져스먼트를 빨리 끝내고 그 분 앞으로 갔다. 맥을 잡아보고 기분이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다시 돌아와 부인에게 물었다. 차관님이 좋아 보이시지 않는다고. 부인 말에 의하면, 남편은 평생 하시는 일에 대해서 완벽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평시 집안일에도 꼼꼼하고 실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모든 일정을 다 기록하시고 뛰어난 기억력을 얼마 전까지 자랑하셨다 한다. 근데 수술 후, 약물을 복용하고 난 후부터 사람이 저렇게 변했다고 한다.
얼마 전 신문에 난 기사가 있었다. 몇 살부터 노인인가? 라는 기사였다. 이제 70대는 여전히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젊은 나이라는 것이다. 근데 대한민국의 차관직을 역임하셨던 유능한 한 인간이 무책임하게 처방된 약물을 복용하면서 생명의 불꽃이 서서히 꺼져가는 모습을 보니...... Chiropractic을 교육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거시기 하다.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많게 느껴진다. KCI 회원님들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