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려있는 달력이 달랑 한 장만 남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존재가 처량한 듯 달력 밑 부위는 조금 오그라진 모습이다. 뭔가 공허한 맘이 밀려온다. 지난 일 년 동안 내 손길에 때가 묻은 수첩을 꺼내들고 뒤 장을 넘겨가면서 1월 1일 페이지로 갔다. 굵은 글자로 새긴 듯 쓰여 있는 “ 올 해 꼭 실행해야 할 일 ” 이라고 적은 것이 보인다. 하하하하....................하나도 못했다.
1. 일찍 출근할 필요가 없는 아침엔 도산공원에서 figure 8 운동을 실행한다: 이 운동은 20초 동안을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운동이다. 그리고 90초 동안을 쉰다. 이 과정을 8번 반목하는 운동이다.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라는 논문을 읽고 결심했던 것이다. 못했다 !!!!
2. 밥은 반으로 줄인다: 과도하게 섭취하는 탄수화물은 인슐린 과도분비를 유도하고, 만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에 결심했는데........ 못했다!!!!! 학회 회원들과 자주 먹는 순대국 때문에 콜레스트롤은 증가됬다.
3. 술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노력 많이 했다. 부분적으로 성공적이었다. 백수친구들이 찾아 올 때 마다 그냥 보내는 게 거시기해 그 동안 낮술을 좀했다. 그런데 지난 양평 학회 MT에서 회원이 가져온 안동소주에 기절했다. 못했다!!!!!! 이 약속도 못 지킨 것 같다.
3. TV 보는 시간을 줄인다: 뉴스와 스포츠 경기만 보고 드라마는 안보기로 했다. 멍청하게 소파에 앉아서 TV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다. 근데 무참하게 먹이 사냥을 하는 아프리카 사바나의 사자, 긴 목의 기린, 강을 건너다가 악어한테 잡혀 먹히는 누들, 게걸스럽게 뜯어 먹는 하이아나..... 뿐 만 아니다. “ 나 가수 ”와 “ 뿌리깊은 나무” 때문에....... 못했다 !!!!.
그래도 뒤돌아보니 좋은 일이 많았다. 학회 MT, 학회발전을 위해 바쁜 와중에도 함께한 시간들, 학술회, 새롭게 임명된 학회 이사............ 뿐 만 아니다. 장가도 간 회원, 아들을 낳은 회원, 개업을 한 회원...........무엇보다 여러분들의 카이로프랙틱 손으로 치료한 많은 환자들의 건강, 그리고 학회 정규교육을 통해 배출된 Chiropractic Practitioners !!!!! 이것이 올 해를 보내면서 나를 웃게 하는 좋은 일들이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연상시키는 초라한 12월의 마지막 달력 장..... 영원히 과거 속으로 사라질 얼마 남지 않은 12월....... KCI 학회 회원 모두 건강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위해 좋은 계획 많이 세우시길..... 그리고 성취하도록 최선을 다하길 기원합니다.
아듀.........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