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
하바드 대학의 범죄 심리학자, James Wilson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났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분의 “ 깨진 유리창 이론 ”이 그의 죽음과 함께 소개되면서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 이론은, 주위 환경에 허점이 생기면 그 만큼 범죄활동이 증가된다는 이론이다. 범죄가 들끓는 특정한 곳, 아마도 우리 국민들에겐 조금 생소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만큼 대한민국은 치안이 놀라울 정도로 안전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 밤중에 혼자 길을 걸어도 전혀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 한국이 좋아서 왔다는 미국인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여러 번 있다. 물론, 예전엔 우리나라도 지역에 따라 잡범죄가 들끓던 곳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나도 그런 곳에서 옷 빼앗기고 돈 빼앗기고 얻어 맞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미국 뉴욕시, 할렘의 뒤 골목이나, LA 와트시의 흑인동네 뒷골목 같은 곳은, 한 낮에도 백인이나 동양인들은 감히 어슬렁거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 도시의 구석들이다. 이런 곳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곳이다. 실제로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곳이다.
James Wilson 교수님은 이러한 거리에, 두 자동차를 내버려 두고, 이 자동차들에게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 가를 관찰하였다. 한 자동차는 본네트 만을 열어 놓았고, 또 한 자동차는 유리창을 깨어 놓았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도 본네트 만을 열어 놓은 자동차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유리창이 깨어진 차에는, 몇 시간 내에 배터리, 스테레오 그리고 타이어 같은 주요 부품이 몽땅 다 뜯기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Wilson 교수는 이 두 상황을 관찰하면서 깨진 유리창이론을 발표한 것이다. 깨진 유리창은 무질서의 모습을 보였고 인간의 범죄적 본능을 자극했다는 이론이다.
뉴욕시 쥴리아노 시장은 “ 깨진 유리창 이론”을 도시 행정에 과감하게 채택하였다. 범죄행위가 들끓는 동네의 주위 환경을 깨끗하게 청소하도록 지시하였다. 거리에 내버려진 차들을 치우고, 벽 위에 그려진 낙서들을 지우게 하였다. 그 후, 높았던 범죄 발생 율이 놀랍게 감소되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 몸속에서도 발견된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활동을 기억하는가? 줄기세포는 세포성장 과정에서 어떤 장기로도 변화될 수 있는 과정에 있는 세포를 말한다. 이 줄기세포를 손상된 경추 척수부위에 주입하면, 주입된 줄기세포가 주위환경에 따라 척수세포가 되어 절단된 신경기능을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성공사례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 때 줄기세포가 주위 신경세포로 변화되는 것을 편승효과, entrainment 라고 한다.
결국 인간은 주위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것이다. 이글 쓰다 보니 예전에 외웠던 시조 한 줄이 생각난다. “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우리 KCI 학회 회원 모두, 새봄을 맞아 내 주위에 깨어진 유리창은 없는지 한 번 둘러보자. Spring has c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