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의 작성자 : 이주강     작성일 : 2012-04-07

 

히포크라테스의 “Do No Harm ”

 

얼마 전, 심평원 발표에 의하면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의료사고로 189억원이 지출되었다 한다. 전체 사례는 7000 건이고, 전문분야에 따른 의료사고의 빈도순서는 산부인과, 신경외과 그리고 정형외과 순이다. 국내에 만연된 약물과대처방과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수술의현황을 보면, 예상보단 통계수치가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국민들의 무지함, 또는 팔자라고 생각하는 우리국민들의 정서 때문이다. 그리고 의료사고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료계의 체계적인 단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의료사고로 인한 법정싸움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국민들의 똘똘해졌고, 시간 많고 굶주린 변호사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내가 본 두 사례와 내가 경험한 사례를 여러분들과 나누려 한다.

 

지난 화요일, 4살 된 아들을 데리고 날 찾아 온 손님이 있다. 아버지의 눈에는 시름이 가득하다. 분만 과정 중, 양쪽 쇄골이 골절되면서 상완신경을 손상시킨 것이다. 오른쪽 팔이 늘어져 있다. Flaccid paralysis, 말초신경 손상이 분명하다. 이 소아환자의 두개골은 심각할 정도로 찌그러졌다. 왼쪽 후두부위와 왼쪽 얼굴 이마와 안와부위가 함몰되었다. 분만 중, 과도하게 사용한 forceps 때문일 것이다. 어린 환자의 양쪽 눈망울엔 안진현상과 함께 사시, strabismus의 모습을 보이고, 의심할 수 없는 인지능력 장애가 보인다. 국내 최고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병원 측에서 상완신경마비는 의료사고로 인정했는데 찌그러진 두개골은 팔자라고 했단다!!!! , 두개골 함몰현상과 뇌손상의 잠재적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어린 환자의 미래가 걱정된다.

 

또 한 사례는, 서울대학교 전체 수석 입학한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다. 자신은 순수물리학을 전공해 한국 사람으로서 최초로 물리학 노벨상 수상자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약속했단다. 그는 심장판막증을 가지고 있었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수석입학 축하 의미로 판막 수술을 시켰다. 뭔가 잘못됐다. 수술에 들어간 얼마 후, 그는 IQ 60 정도 되는 아들로 돌아왔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대기업의 고위급 아버지는 긴 법정 싸움을 걸었다. 그러나 얻은 것은 아들의 건강한 모습이 아니라, 4000만원이다. 안타깝게 생각했던 서울대학은 그를 위해 특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몇 년 후 서울대학을 졸업시켰다. 휠체어에 앉아 텅 빈 웃음을 짖던 모습이 생각난다. Psoas 근육으로 인해 발생했던 판막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겪었던 사건이다. 15년간 임상생활 중 환자에게 단 한번 의료소송 사건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사건이다. 변호사 삐기에 팔린 한 교포의 소송사건이다. 나를 잘 안다며 전화를 했다. 암벽을 타다가 미끄러져 발을 다쳤다고 한다. 일요일 아침, 교회도 안가고 내 클리닉으로 갔다.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날 안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일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클리닉에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환자를 봤다. 시퍼런 멍과 함께 발목이 퉁퉁 부어있었다. 예상대로 엑스레이 필름에 종골 골절이 보인다. 뒤꿈치 종골 뼈가 4 조각으로 골절된 것이다. 뒤꿈치로 추락했을 때 예상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응급처치로 부목을 댄 후, 다음 날, 옆 사무실에 있는 족부전문의한테 의뢰해 주었다. 족부전문의 역시 별 다른 추가 치료 없이, 부분 케스팅을 하고 보낸 것이 전부였다. 몇 달 후, 갑자기 환자의 변호사로부터 고소장을 받은 것이다. 내용을 읽어 본 후, 배신감에 황당했다. 그 일요일 아침, 날 안다고 해서 그야말로 서비스 차원에서 나와 봐 준건데, X-ray 찍고 판단해주고 부목을 대준 건데!!! 그것도 내 간호사가 없어 진료비도 안 받았는데 !!!!.... 고소내용은 나 땜에 적절한 시간에 수술 받지 못해 외상이 악화 됐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 엇다. 그야말로 물에 빠진 놈 건져 노니까, 보따리 찾아 달라는 경우다. 더욱 괘심 건, 옆방에 있는 백인 족부의사는 고소장에 포함하지 않고 나만 한 것이다. Zenophobia, 백인 두려움 증이다.

 

고소내용은 오십만 달러, 오억 정도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마누라도 고소를 했다. 남편 발 부상으로 성생활을 못했다는 의미로 백만 달러, 십억을 청구한 것이다. 우선 내 보험회사에게 연락하고 절대로 합의 보지 말라고 전했다. 그리고 내 친구인 유태인 변호사를 선정했다. 두 변호사 사이에 첫 번째 심의가 있었던 날이다. 잔뜩 흥분한 나를 내 변호사가 달랜다. 고소한 부부는 감히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한다. 변호사를 통해 고소 내용을 물었다. 즉각적으로 수술을 했으면 정상 복구되었을 텐데, 나 때문에 수술이 늦어져 불필요하게 환자가 고생했다는 것이다. 수술을 했던 안했던 종골 골절은 후유증이 오래가는 외상이다. 족부전문의는 수술이 필요 없다 판단하였다. 경험 없는 굶주린 변호사와 삐끼가 만들어 낸 공동 작품이었다. 고소만 하면 쉽게 합의 보려 하는 보험회사를 악용하는 악덕 변호사다. 내 변호사가 물었다. 부인께선 왜 백만 달러를 청구 했야고... 수줍은 모습으로 성생활에 문제가 생겨서라고 했다. 유태인인 내 변호사는, 한국 사람들은 발로 섹스를 하야고 물었다.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나왔다. 수줍게 앉아있던 부인이 왈칵 일어나서 문을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 성난 목소리로 내가 언제 닥터리를 고소하자고 했어! ” 남편을 쏘아보고 나갔다. 자연히 부인의 소송 건은 기각된다. 그리고 두 번째 내 변호사의 질문이다. 오십만 달러를 청구한 근거는 뭐야? 코리아 타운에서 자동차 정비하는 교포다. 부상으로 작업을 못한 대가라고 했다. 발목골절이 닥터리의 병원에서 발생하였냐고 물었다. 정비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날의 모든 대화내용이 법원에 제출되었다. 그 후, 이 사건은 무혐의로 기각되었다.

 

하지만 지난 삼 개월 동안 쌓였던 내 스트레스는 누가 보상하나? 그 날로 난, 내 친구 변호사를 통해 MALICIOUS ACT라는 제목으로 그 정비사를 고소했다. 그 친구는 어렵게 사는 사람이다. 변호사 고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 날,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 물론 난 고소를 취하했다. “ 그렇게 살지 마. 난 당신을 위해 일요일 아침 교회도 안가고 당신을 위해 노력했어. 근데 진료비 안냈더구먼, 그건 내야지

 

전쟁터에서 싸우는 장군이 상처를 입는다 해서 부끄러울 것 없다.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들에게 의료사고는 있을 수 있다. 이쯤에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말을 되새겨 볼 필요는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선의 치료는, Do No Harm !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지 말라. 

 

 

 

 

 

 

 

유성용  2012-04-07
일요일 아침 너무 좋은글 올려주셨는데요? ^^ 아직까지 민원 제기로 인해 이곳저곳 다녀와본적은 있지만 고소를 당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3개월 동안 겪었던 심리적 고충이 이해가 가네요^^ 하지만 죄가 없는데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결론은 항상 발생하진 않더라고요, Do no harm, 오늘 기억해야할 어귀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최인수  2012-04-07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중현  2012-04-07
유성용 선생님 오늘 토요일입니다ㅎㅎ 저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가버렸나 했네요^^ 환자를 보며 가끔 걱정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통증이 없거나 약한 환자를 볼때입니다 긁어 부스럼이란 말처럼 본인은 별로 아프지 않았는데 치료후 아파졌다는 컴플레인이 나올까봐서인데요 이런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봐도 될까요 Do no harm !!
이주강  2012-04-08
카이로프랙틱 치료에서 maintenence care 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픈 곳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척추검사를 받고 adjustment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imbibition, 무혈관 조직인 디스크의 영양공급 기전입니다. Restricted segmental motion은 이 기전을 감소시키고, 결국 디스크의 영양공급을 제한시켜 퇴행성을 유발시키죠. 결국 IVF 좁아질 수 밖에 없고 결과는 우리모두 잘 알죠. 물론 정기적인 adjustment도 잘해야죠. 우리에겐 그게 Do No Harm일 겁니다.
변영준  2012-04-08
우리나라사람들은 세부위가 아파서와서 두부위는 낮고 한부위가아프면 그에대한 이야기만 합니다.그에대한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그래서 통증치료 하는 사람들은더우더 스트레스를 더욱더 받게 됩니다.
이중현  2012-04-09
Do no harm!!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