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싱글들에게.... 작성자 : 이주강     작성일 : 2012-06-24

 

올해는 유난스럽게 결혼 청첩장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 고등학교 동창 아들딸들의 결혼식이다.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귀하게 키운 자식들의 결혼식을 어찌 대충 치루겠는가! 가족과 친지 뿐 아니라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분들을 모시고,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부부를 축복하고 덕담을 주고받는 즐거운 결혼식이 옳다. 그런데 요즘 결혼식엔 뭔가 좀 거시기 하다. 너무 호화롭기도 하고 격이 없어 보인다. 의식의 엄숙함이 없어 보인다. 마치 패티 김 디너쇼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이다. 요사이 젊은이들의 트랜드라고 하지만 어색함과 촌스럼이 물씬하다. 뿐만 아니다. 하객들은 예식보단 먹거리부터 찾는다. 심지어는 먹고 그냥 떠난다. 신랑신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뭐 알 필요가 있겠냐? 라는 식이다. 축의금은 냈다! 얼굴도장 찍었으면 됐다! 결국, 오기는 싫은데 얼굴도장도 찍고 축의금은 내야 하니까 ( 누가 얼마 낸지 기록한다고 한다 ) 억지로 온 모습인 모양이다. 개콘에선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애매하다며, 상황에 따라 액수를 정해준다. 신랑이나 신부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면 좀 내야하고,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체면치례만 하면 된다고 한다. 막대한 결혼비용 때문이라 하지만, 뭔가 거시기하다. 우리들의 결혼식은 왜 이렇게 됐나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있는 우리 교포들의 전형적인 결혼식을 말하려 한다. 그리고 각자 알아서 이해하자.

 

미국교포들의 결혼식은 대부분 교회에서 이루어진다. 주례는 목사님이다. 청첩장을 받은 친지나 친구들은 마치 자신들의 결혼식처럼 그 날을 기다린다. 축의금은 거의 없다. 대부분 선물을 사가지고 간다. 신부와 신랑은 멋진 모습으로 교회 정문 앞에서 하객들을 맞이한다. 하객들은 정성스럽게 싼 선물을 덕담과 함께 전한다. 선물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쌓여진다. 보기가 참 좋다. 그냥 오는 손님들도 있다. 그들은 이미 백화점을 통해 선물을 보낸 분들이다. 그들은 선물을 이렇게 보낸다.

 

결혼식 청첩장에는 신혼부부가 필요한 선물 리스팅이 어느 백화점에 준비되어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친구들은 그 백화점을 찾아가 선물 리스트를 보면서, 자신들의 경제력에 적절한 선물 난에 체크를 하고 금액을 백화점에 지불한다. 선물 리스팅은 비싼 물건부터 시작하고 경제적인 것일수록 아래로 내려간다. 일반적으로 친지들은 선물 리스팅 상단 부위에 있는 고가의 선물을 체크한다. 소파, 디너테이블,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식기, 타월, 액자, 심지어는 쓰레기통까지 리스팅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가격이 나가는 건 대부분 친지들의 몫이다. 그리고 일반 폼목들은 주위 친구들의 몫이다. 이렇게 해서 선물이 겹치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신랑신부는 완벽한 신혼산림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혼비용? 30여년 전 이지만 난 몽땅 200만원을 썼다 ( 교회사용비, 주례 사례비, 식대, 꽃장식, ). 전문 사진사도 없었다. 친구가 찍었다. 아파트? 실평 15평정도 되는 월세 50만원 정도 아파트 내가 구했다. 결혼반지? 동그란 18금 금반지다. 신혼여행? 자동차 직접 몰고 4시간 운전하여 도착한 라스베가스였다. 서울이라면 강원랜드 간거나 마찬가지다. 2년 전, 내 둘 째 놈 결혼식 때, 자기네 들이 알아서 하겠단다. 그냥 오시기만 하시라고. 신랑과 신부 친구들이 함께 결혼식장인 교회를 장식하였다. 내가 쓴 비용은 결혼식 전 날, 주례를 맡아주실 목사님 부부를 대접한 것뿐이다. 신혼여행에 타고 갈 아들의 차가 너무 낡고 장거리 운전엔 위험해 보여, 소형 새 자동차를 일주일 동안 렌트해 준 것 뿐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결혼비용 때문에 결혼 결정을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페이스북을 성공시킨 억만장자, 쥬커의 검소한 결혼식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알량한 결혼 이벤트 회사의 먹걸이가 되지 말고 자신들의 이벤트로 식을 올려라. 그리고 파뿌리가 될 때까지 잘 살고, 부자 돼라.

 

김종하  2012-06-24
교수님 글에 너무나도 공감합니다. 속히 우리 사회에서도 이렇게 검소하고 알찬 결혼 문화가 자리 잡히길 기대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중현  2012-06-25
결혼한 사람으로서도 백번 공감가는 말씀^^
김종건  2012-06-26
한국사회는 상대적빈곤감이 강한 비교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용적인것보다 비교를 하면서 결혼을 하는 아주 못된 풍습이죠. 정말이지 바뀌어야 할부분이죠...
김정은  2012-07-01
결혼시기가 다가온만큼.. 정말 고민이 많이되는 부분입다만~ 교수님께서 실속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네요^^
백호진  2012-07-02
교수님들에 글에 공감 많이 가네요 ^^
이주강  2012-07-12
회원님들, 화려한 싱글이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시간은 우리들을 기다려 주지 않` 아` 요`. 화려한 싱글 후엔, 나 홀로만 남는답니다. 비록 부족한 것이 많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용기가 가정을 만들고 국가를 만든답니다. 진정한 용기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죠. 그래서 우린 부모님들을 공경해야 하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세요. 조건붙는 결혼이 아니라...........결과는 뻔하니까 !!!
신현호  2012-08-20
교수님이 주례를 해주셔서 그런지 이글이 딱 눈에 들어 오네요 ..... 교수님 다시 한번 결혼식 축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