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때문이 아니다. 올림픽의 열기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돈도 아낄 겸, 전정사태를 걱정하는 정부의 전기절약 노력에 동참도 할 겸, 에어콘을 껏다 키는 것 반복하면서 밤새도록 내 눈은 텔레비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낮이면 내 머리 속이 멍하다. 비몽사몽 상태다.
우리의 호프, 박태환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나도 모르게 맘이 즐겁고 웃음을 준다. 딱 벌어진 양쪽 어깨와 날개처럼 벌어진 광배근, 솟아오른 승모근과 두툼한 삼각근, 데피니션이 확실한 대흉근과 6 팩! 축구선수와는 선이 살아있는 굵직한 대퇴근과 calf, 쭉 뻗은 다리..... 뿐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이다. 그의 눈은 여전히 장난기 서린 모습을 띄고 있고, 웃는 모습은 그의 눈만큼이나 맑은 소년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성숙한 정신력은 날 더욱 놀랍게 했다.
모든 국민들의 응원과 함께 금메달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가 아닌가. 지난 4년 그렇게 힘든 훈련을 마치고 첫 경기를 앞둔 그의 마음....... 말 그대로 백두산을 양쪽 어깨에 달고 있는 듯한 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미숙한 심판의 판단실수로 본 시합에 출전도 할 수 없는 실격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 순간 그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우리로서 감히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그건 죽음의 시간이었다. 그 죽음의 시간이 4시간이나 지속되었다. 다행스럽게 판단실수가 인정이 되고 태환이는 본선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지난번에 올렸던 글 중, 인체와 자동차의 비교한 글이 있었다. 일반인들의 몸은 휘발유만 넣어주면 잘 나가는 티코에다 비교했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의 운동선수들의 몸은 페라리와 같다는 글이다. 페라리는 시속 100k를 3.3초 만에 낼 수 있고 최고속도 350k를 내면서 바람과 같이 달리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다. 그 페라리가 자신이 가진 기계적 역량을 다 발휘하기 위해선 모든 상황이 완벽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운전자의 심리의 안정감과 정신력이다. 그것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엔진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자동차 경추 F1의 주인공은 Speed Racer인 것이다.
이번 박태환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태환이의 멋진 모습을 다시 보았다. 그가 겪었던 죽음의 4 시간은 미숙한 판단실수의 결과였다. 이 죽음의 4시간은 태환이의 신체적 능력은 psycho-somatic reflex를 통해 여지없이 뭉개졌을 것이다. 그의 맘은 안정감을 잃었을 것이고 그의 몸은 페라리가 가지고 있는 기계적 역량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 상처는 4시간 만에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당당히 은메달을 쥐었다. 무엇보다 그가 언급한 소감 “ 세계적인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 하는 그의 성숙한 모습은 금보다 더욱 의미가 깊다. Sportman의 정수를 보여준 박태환이가 너무 자랑스럽다. I just love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