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나에게 전한말 이어서... 작성자 : 이주강     작성일 : 2010-06-26
New life in Seoul.......

먼저 올린 “ 지진이 나에게 전한 말 ”에 이어 이 글을 이어간다.

난 결심이 굳어졌다. 그리고 서울로 가겠다는 내 생각에 어이없어 하는 집사람 보다 어머니를 먼저 설득하기로 생각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핏속에 흐르는 역마살은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었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홀로 미국에 와 가족을 위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셨던 어머니의 과거를 회상하게 한 후, 나는 어머니 피 속에 흐르고 있을 역마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의 삶이 얼마나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는 함경도 함흥 태생인 어머님의 반대는 거세기만 했다. “ 한국이란 사회는 지연 ( 고향 사람들과의 연줄을 뜻함 )과 학연 그리고 빽 없이는 모든 것이 어려운 사회라는 거 알어? 개뿔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한국에 나가 새 삶을 개척하겠다는 거야? 미국생활에 복이 겨웠군! ” 냉소적인 모습으로 40대 중반에 있는 자식을 거세게 야단치셨다. 물론 고생할 자식을 생각하시면서 하시는 염려의 말씀이었다. 사실, 난 서울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했을 뿐이다. 집요한 나의 설득작전에도 어머니의 반대는 거세기만 했고 결국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내 가슴속에 집혀졌던 불길은 더 이상 잠재울 수 없는 fire of desire....... 지금으로부터 약 45년 전 어머니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밤중 도독놈 도망가듯 떠났던 어린 시절의 무전여행을 생각하면서 나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젠 어느 누구도 날 미국의 풍요로운 삶에 안주하라고 설득시킬 수 없었다.

대한항공 출발시간은 아침 9시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안개 낀 고속도로를 통해 공항으로 향했다. 불만과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찬 집사람이었지만 내 맘속은 오히려 역마살을 가진 사람의 어리석음인 새롭게 시작될 삶에 대한 기대감 속에 들떠있기만 했다. 비행기는 곧 태평양 위를 날랐고 북쪽으로 향해 베어링 해협을 날았다.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눈 덮인 소련의 영토가 눈 아래 보인다. 쏘련 공군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기 사건이 이쯤일 텐데 하고 다시 한 번 소련의 추운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곧 일본 영토를 지난다는 방송이 나온다. 이제 서울은 2시간 남았다. 드디어 비행기는 서울 상공을 회선하기 시작하였다. 뱀처럼 구불거리며 서울을 휘감고 있는 한강이 보인다. 드디어 서울이다 !!!!!!!!!!!!!!

늦은 오후 시간에 도착한 서울 김포공항 !!!!!!!!!!!!!!!! 600년의 고도.......... Los Angeles 과는 사뭇 다른 땅 냄새........ 배웅 나온 사람 손에 이끌려 공항 길목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모습들이다. 여기 봐도 나처럼 생긴 사람, 저기 봐도 나처럼 생긴 사람........ 그들이 나누는 말 한마디 한마디들이 귀에 부담 없이 들어온다. 혹 이해하지 못했을 가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더 이상 내 귀에는 백인들의 영어가 들리지 않았다. 멕시코 사람들의 스페니쉬도 들리지 않았고 흑인의 억양도 없다. 단지 한국소리만 들릴 뿐이다. 내 맘속엔 외지의 불안감이 아니었고 가슴 벅찬 뜨거움만 있었다.

서울에 도착 후 몇 주가 정신없이 지났다. 짜인 수케쥴에 따라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에만 전념하였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카이로프랙틱이 어떤 학문이라고, subluxation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그리고 왜, 우리는 adjustment를 받아야 하야고........ 외치고 다닌 것이다. 서울 생활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반갑다고 달려온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인 얼큰한 저녁을 마친 후, 난 신사동 거리 인파에 묻혀 내가 사는 오피스텔로 흐느적 거리는 모습으로 향하였다. 이렇게 서울에서 제 2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 16년째가 되었다. 학회 여러분들을 보면서, 나의 삶의 터전을 붕괴시킨 지진이 나에게 전한 말은 바른 말이었다 생각해본다.
 
(2010년 2월 작성된 글이며 관리자에 의해 재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