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강의의 즐거움...... 작성자 : 이주강     작성일 : 2010-07-15

 

 

 

지방 강의의 즐거움..........

교수님,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다가 병나시면 어떡해요? 하고 묻곤 한다. 요새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에 좋아하는 자전거도 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어 보세요. 내일에 즐거움이 어디에 있는가를.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이면 전라도 광주를 내려갑니다. 한의사로 구성된 한 스터디 구릅의 초청으로 SOT 강의를 요청 받았죠. 내게 광주는 그리 낫선 곳이 아닙니다. 동신한의대 한방병원 스탭들 교육으로 한 동안 다녔던 곳이고, 원광대 한방병원이 광주에 개설될 때 모든 스탭들 교육을 맡아 오랫동안 다닌 곳입니다. 뿐 만 아니라 광주에서 얼마 안 떨어진 옥과라는 곳에서는 가정의학 전문의 구릅을 모아 교육시켰던 곳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일들이라 오랜만에 찾아간 광주는 내게 새로운 기분을 주었다.

 

예전 광주에서 있었던 우스운 예기하나 할가요? 그 땐 비행기 타고 다녔죠. 광주비행장에서 동신병원까지 약 7500원 정도 나왔지. 근데 어느 날 이놈의 택시기사가 날 촌놈으로 알았는지 뺑뺑이 돌려 택시비가 10000원 조금 더 나오게 됐어. 내리면서 아저씨 뺑뺑이 좀 돌렸네 하면서 그냥 드렸다. 그리고 강의시간 중에 그 예기를 했더니, 흥분한 광주 토박이 원장 한 분이 찐덕한 토백이 사투리로 “ 교수님, 그러시면 안되지라” 하면서 요령을 알려준다. 다음번 택시를 탈 때, 택시기사한테 타자마자 “ 오 메.... 겁나게 덥네 !!!! ” 라고 찐하게 한번 하란다. 그 진덕한 전라도 억양을 난 일주일 동안 연습했다. “ 오 메.... 겁나게 덥네 !!!! ” “ 오 메.... 겁나게 덥네 !!!! ” “ 오 메.... 겁나게 덥네 !!!! ” 그 다음 주, 광주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늦은 여름비가 죽죽내리면서 오히려 몸이 떨릴 정도로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연습한 것이 “ 오 메.... 겁나게 덥네 !!!! ” 뿐이어, 다른 말로 하기가 거시기했다. 난 추움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한테 “ 오 메.... 겁나게 덥네 !!!! ” 하고 외쳤더니........ 젊은 택시기사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 아저씨 그렇게 더우세요?” 이건 나 보다 더 유창한 서울말이 아닌가? 고향이 서울이란다. ㅎㅎㅎ 난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 날도 택시비는 10000원 조금 더 나왔다. 알고 보니 가는 길에 공사가 있어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

 

이번 광주 강의는 오후 8시에 시작하니까 시간 맞추어 간다면 서울에서 3시30분 쯤 떠나도 늦진 않다. 하지만 난 2시 버스를 타고 내려간다. 광주 도착하면 5시30분. 아직 2시간 반이나 남는 시간이다. 이 2시간 반은 오늘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난 이 시간동안 고속버스 터미널 앞 광장에서 광주를 감상하는 날이다. 더운 한 낮의 해 빛은 이젠 넘어가기 시작하고, 왼쪽 하늘에 석양을 멋있게 만들어 놨다. 난 광장 앞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주위를 관찰한다. 어딜 가던 터미널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한 젊은 놈이 젊은 여자들만 골라가면서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멀리서 봐도 캬바레 삐끼가 분명하다. 시원치 않게 보이는 몇 놈들은 벌써 시원한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하루일과를 마친 듯 술 냄새를 풍기고 뒤집어 자고 있다.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고 택시기사들은 나오는 사람마다 어디가시냐고 묻는다. 제민이 비슷하게 생긴 젊은 무리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타이트하게 입은 소매없는 셔츠를 통해 보이는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에너지가 넘쳐 나는듯해 좋아 보인다. 근데 담배를 피우네 ........... 여자 친구들과 여행약속을 했는지 손목시계를 계속 본다. 해가 기우러지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난 오늘 반바지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하얀 반바지에 하얀 운동화, 검은 색 T에 가벼운 여름 상의. 팔소매를 걷어 부치고 왼쪽어깨에 가방을 메고 있다. 난 검은 선글래스를 끼고 있다. 아무도 내 눈을 보지 못하지만 난 광장의 모든 사람들을 보고 있다. 내 귀에는 경만이가 넣어 준 Fleetwood Mac의 음악을 듣고 있다, Never going back........... 7시20분이다. 가장 좋은 시간인데.... 난 CBS 방송국에 있는 강의실로 가야한다. 오늘도 좋은 날이었다. 다음 주엔 어떤 사람들을 볼런지...........

백호진  2010-07-16
교수님은 자유로운 영혼인가요 ^^ 교수님에 글은 항상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거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0-07-16
오늘은 수필같은 느낌이 드네요.....흠.....^^ 좋은글 감사합니다...
안성현  2010-07-19
너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