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기 작성자 : 이주강     작성일 : 2010-09-26

울릉도 여행기

지난 월요일 새벽 5시 신사역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묵호행 관광버스를 탔다. 추석연후를 맞아 고속도로가 막힐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예상 이외로 우리가 탄 관광버스는 고속도로를 씽씽 달릴 수 있었다. 졸다보니 바다 냄새가 그득한 묵호항에 도착하였다. 눈앞에 펼쳐진 동해바다........ 우리가 타고 갈 “ 시플라워호 ”의 날렵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좌석표를 받고 자리를 찾아가 보니 중앙 위치에 있는 자리다. 앞으로 2시간 반을 항해해야 하는데 어떻게 중앙자리에 앉아 가겠는가? 난 이리저리 다니면서 혹 비워있을 창가자리를 찾아 다녔다. 역시, 찾는 자에게는 복이 있는 것이다. 배 앞쪽에 놀랍게도 창가자리가 비워있었다. 급히 모자를 벗어 놓고 자리를 잡았다. 큰 배 소리답게 엔진 소리도 크다. 파도도 높지 않은 바다를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갔다. 항구를 벗어나면서 파도가 느껴졌다. 약 30분이 지났을까? 돌고래 때가 지나간다. 난 평생처음 배를 탄 어린아이처럼 창문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돌고래들을 관찰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곧 내 시야로부터 사라졌다. 집사람에게 돌고래를 보았다고 얼굴을 돌렸는데 집사람은 이미 바닥에 누었다. 혹, 멀미? 촌사람 같으니 속으로 비앙거리면서 난 다시 창가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근데 이게 웬일! 내 뱃속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주위를 돌아보았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창가에 모여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중앙에 있는 자리로 가는 게 아닌가.

 

Seasick, 멀미 !!! 내 귀속에 있는 달팽이관이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끊임없이 흔들거리는 배에서 나의 시각적 고유수용체가 조절능력을 상실한 모양이다. 항구를 떠난 지 한 시간 반쯤부터 내 속이 본격적으로 뒤집히기 시작했다. 눈을 부릅뜨고 수평선을 바라보자.... 심호흡을 하자......... 눈을 감아보자……. 도움이 안 된다. 바닥에 누울까? 그건 남 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다. 누가, 내 Atlas를 please............... 이미 내 뱃속은 돌아올 수 없는 한계를 넘은 것 같다. 화장실문은 이미 잠겨있다. 내 모습을 쳐다보던 승무원이 플라스틱 봉지를 서둘러 건네준다. 난 과도호흡 환자처럼 플라스틱 봉지에 내 얼굴을 묻고......... 토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을 더 가야하는 현실이 이렇게 두렵게 느껴질 줄이야! 울릉도 가자고 했던 집사람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배안이 온통 시큼한 냄새로 진동했다. 배 엔진 소리가 멈추는 것 같아 눈을 떠보니 도착이다. 도망 나오듯 배로부터 탈출했다. 울릉도 땅을 밟았지만 섬전체가 흔들거리는 듯했다. 오시느라고 수고했다는 말하는 관광 가이드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청천 벽력같은 말을 한다. 내일은 날씨가 나빠져 독도를 갈수 없을테니까 지금 가라고 한다. 그러면 또 다시 배를 타고 한 시간 반을 가야하는 것이다!!!!!!!!!!!!!!!!!!!! 빈사상태에 있던 나였지만 내 입에서 “ 당신 미쳤어 ” 라고 큰 소리 참을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었다. 다들 내 말에 찬동한다. “그러면 독도는 못가십니다” 하면서 식당으로 데리고 간다. Oh My God !!!! 난 한 숟갈도 뜨질 못했다. 난 그 순간부터 어떻게 묵호항으로 돌아갈 것인가 걱정뿐 이였다.

 

독도는 못 봤지만 역시 오기 잘했다. 울릉도는 25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인해 탄생된 섬이다. 사람이 살기엔 너무 척박한 환경이다. 온통 바위산이다. 땅이 없다. 그나마 경사진 산기슭에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원주민들이 설치한 원시적인 “리프트” 시스템들이 우리 국민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보여준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산기슭에 사재를 털어 일구어 논 식물관 “ 예림원 ”은 오랫동안 내 발길을 잡았다. 주인과 사진도 함께 찍었다. 존경할 사람이었다. 섬 한 바퀴 돌면서 호박엿 원조집을 찾았다. 공짜 맞보기만 먹기가 미안해 한 봉지를 샀다. 호박엿이 뭐가 특별한가 하고 물었더니 특별한 게 없단다. 울릉도에서 키울 수 있는 먹거리는 호박뿐이고 잡히는 것은 오징어뿐이란다. 그래서 그들이 먹는 모든 것에 호박이 들어가고 파는 것은 오징어뿐이란다. 그 이외엔 모든 것이 육지로부터 들어오기 때문에 무지 비싸다. 저녁시간에 다시 항구로 갔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선을 한 마리를 잡아 멀미에 시달렸던 내 배를 달래주었다. 물론 소주잔과 함께.

 

다음 날 아침, 관광가이드가 소식을 전한다. 폭우로 서울이 침수되었고 내일은 뱃길이 나빠져 울릉도를 떠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가려면 오늘 오후 배가 마지막이란다. 떠나지 못하면 약 3일 묶여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오후 배로 돌아가 사람은 손들라 한다. 내가 제일 먼저 들었다. 나머지 시간, 섬 왼쪽으로 돌아가는 바닷가 길을 걷기로 했다. 바로 보이던 바다암석 코너를 돌자마자 난 터져 나오는 탄성을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이 곳을 못보고 울릉도를 떠났다면............. 절벽에 걸리게 놓인 바닷길을 걸으면서 내 눈에 나타나는 모습들 !!!! 한곳 한곳 모두가 신의 작품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바다와 어우러지는 울릉도의 속살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바다로 나간 홀아버지를 기다리다 지친 딸이 변했다는 촛대바위, 울릉도 남정내들의 힘을 보여준다는 남근석, 코끼리 바위..........

 

독도를 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난 wine 한 병을 손에 들고 묵호항을 향하는 배를 탔다. And wine saved me from seasick on the way back. 2박3일의 여정이 1박2일로 변한 고된 여행이었지만 우리 국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온 내 마음은 뿌듯하다. 회원 모두 좋은 추석이 되었기를 믿는다.

 

김초희  2010-09-27
우우~ 멀미 ㅠ 전 차 멀미 해서 그 고통 대략 알아요 ㅠ 교수님 사진 보면서 그 노래가사가 떠올랐어요 '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정환철  2010-09-27
교수님 글읽고 첨 배탔을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났습니다..^^ 보통멀미와는 차원이다른 멀미...ㅋ 암튼 고생하셨습니다..아 저도 울릉도 가보고 싶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