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나 홀로 의식, My ritual on Wednesday late afternoon. 작성자 : 이주강     작성일 : 2010-11-06

난 매주 수요일이면 새벽 첫 버스를 타고 김천대학으로 향한다. 아침 10시 김천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택시를 타고 수업시간을 맞춘다. 짧은 점심시간을 빼고 오후 4:30까지 계속이어 지는 수업이다. 수업 중 계속 물을 마시지만 6 시간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면 피로감과 함께 목이 잠긴다. 때때로 수업을 모두 끝낸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회식의 기쁜 자리도 있지만, 난 나만의 의식을 위해 딴 생각에 빠져있다. My ritual on Wednesday later afternoon....... 


김천은 15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혁신도시다. 서울에서 경부선을 타고 대전을 지난 후 추풍령 고개를 넘으면 처음으로 다가오는 도시다. 벼농사보다 포도밭과 자두 밭이 더 눈에 뜨이는 시골이다. 하지만 왼쪽 창문으로 다가오는 김천대학과 김천시 종합스포츠센터는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혁신도시 김천임을 알 수 있다. 난 이 작은 도시에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 홀로 의식의 기쁨이 있다. “ 아니, 교수님은 수업만 끝나면 어디로 도망가시나요? 혹 우리도 모르는 김천 댁이라도?” 동료 교수가 웃으면서 농담을 하신다.


수업이 끝나고 주위가 어둑해지는 그 시간, 나 홀로 의식이 시작된다. 선글래스로 두 눈을 가린 운동복 차림의 모습은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니다. 급하게 교문을 나선 후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오늘은 농로를 택했다. 때로는 직지사를 향하는 반대쪽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My ritual on Wednesday late afternoon is beginning...... 학교로 돌아오는 시간은 밤 10시쯤이 될 것이다. 4시간의 의식이다. 4시간 동안 나 홀로 의식을 여러분들과 나누려 한다.


오늘은 논밭 사이에 있는 농로를 택했다. 차가 다니는 길로부터 500미터 정도 떨어진 길이다. 멀리서 자동차 불빛만 보일 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농로 가운데 서있는 나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뒷주머니에 준비한 맥주를 딴다. 한 모금 꿀꺽 마신 후 어두워진 하늘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금성을 확인한다. 그리고 아이팟의 볼륨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시골 밭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미 추수가 끝난 논에는 벼의 뿌리만 보일 뿐이다. 하얀 비닐로 쌓여진 큰 뭉태기가 여기저기 보인다. 겨울 동안 소에게 먹일 꼴이다. 차가운 밤공기에 멀리 보이는 차들의 불빛이 더욱 반짝거린다. 직지천이 흐르는 물길 따라 만들어진 공원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이 텅 비워있는 테니스 코트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이 홀로 서있는 가로등을 위로하는 듯하다. 난 아무도 없는 공개 공연장 중앙에 서서 내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moon walking을 시도해본다. 아무도 안보니까. 두 번째 맥주를 까 마신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추풍령의 실로웻이 멋있는 배경을 만든다. 하늘을 쳐다본다. Oh my God ! there is so many stars in the sky !!!!! 시내의 불빛이 조금만 더 어두웠다면 은하수도 보일 텐데....... 이미 주위는 캄캄한 밤이다. 왼쪽 아래 허리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져스먼트를 받아야겠다. 누구한데 시켜볼가? 변 부원장이 서울에 있으면 좋을텐데..........


발길을 돌려 연지암, 연못이 있는 곳을 향했다. 봄이면 벚꽃이 화창하게 피는 곳이다. 추워서인지 지금은 아무도 없다. 연지암 주변 커피 집, 젊은 남녀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다정한 모습 뒤에 불빛이 따뜻하게 보인다. 연지암을 두 바퀴 돌고 시골길로 들어섰다. 드문드문 서있는 가로등의 불빛이 시골길을 겨우 밝혀준다. 어둠속에서도 나무에 매달려있는 감이 보인다. 내 발길이 어색했던지 개들이 짖기 시작한다. 서둘러 종합스포츠센터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북경 올림픽 때 세계적인 수영선수들이 북경의 오염된 공기를 피해 이곳에서 몸을 풀었다고 한다. 정말 잘 지는 수영장이다. 넓은 스포츠 광장을 가로질러 김천대학 쪽으로 향한다. 어디서 섹스폰 소리가 들린다. 음정이 틀린 것이 아마추어가 연습하고 있는 모양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허리를 쉴겸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연습소리를 감상한다. 그리고 3번째 맥주를 깐다. 말을 걸었다, 내가 듣고 싶은 연주가 가능하야고. 물론 모든 섹스폰 연주자가 연습하는 노래다, “ Oh Danny boy ". 그분의 연주를 들으면서 3번째 맥주를 비웠다

. 이제는 기숙사로 들어갈 시간이다. 저 멀리 김천대학교의 불빛이 보인다. 돌아오는 수요일 저녁, 혹 내 생각이 난다면 김천의 시골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세요. Walking in the stary night is soothing my soul.......    



안성현  2010-11-06
학교 다니던 시절이 새록 생각나네요 교수님^^
이승훈  2010-11-07
다음 주에는 약간 추워질 듯 합니다 모자와 장갑을 준비하세요 온기를 빼앗기지 않는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수요일 의식 너무 좋은 데요 저도 저만의 의식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한주 즐겁고 행복하세요
김경만  2010-11-08
김천 촌놈인 저보다 교수님이 더 잘 알고 계시군요.. ㅎㅎ
이재원  2010-11-08
전 고향이 김천인데~~조용하고 공기가 좋아서 살기는 좋은곳이죠^^
최인수  2010-12-04
^^
관리자  2010-12-28
김천이란곳 꼭한번 가보겠습니다^^